나는 숨쉬기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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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7-29 19:02 조회5,2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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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쉬기운동을 한다. 살아있는 사람 누구나 다 하는 `숨쉬기운동` 말고, 의식적인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자는 국선도 단전호흡 말이다. 국선도 단전호흡은 복잡한 환경과 운동 부족, 스트레스, 잘못된 식습관 등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좋은 운동이다.
국선도를 시작한 지는 3년10개월(12월말 기준) 되었는데, 중간에 2달간의 공백을 제외하면 열심히 해 온 편이다. 개인적으로 국선도는 내게 40대 이후 가장 큰 사건(하나로텔레콤과 더불어), 절망의 30대를 마감하고 희망의 40대를 열어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너무 거창했나? ^^;
하나로 임직원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부끄럽지만 수련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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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내 몸은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었다. 소화불량과 변비는 기본이고, 늘 피로해 평일에나 주말에나 약속 잡기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러다가 하나넷에서 ‘이승환콘서트’ 티켓 판매가 마무리 될 무렵부터 몸에서 심각한 경고음이 울렸다. 건널목에서 달리다가 인대가 늘어나고, 집안에서 걸레질을 하다가 근육이 삐끗하기 일쑤였고, 발목에 어깨에 허리까지 아팠다. 당연히 나는 한의원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회사돈(의료지원비)을 축내고 있었다.
1월 말 나는 한의사인 대학 동창에게서 “국선도를 하면 한약 안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까지 기, 수련, 요가 이런 말을 들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나였지만, 한의사의 제 살 깎아먹는 말을 들으니 귀가 번쩍 띠었다.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알아볼 것도 없이 이틀 후 지금 강북지사에서 근무하는 황현영 과장님을 따라 강남역수련원을 찾게 되었다.
국선도장의 분위기는 예상했던 대로 전통적인 색채가 강하게 풍겼다. 첫날 사범님의 지도에 따라 준비운동, 호흡 연습, 정리운동을 차례로 했다. 운동을 마치고 회사로 향하는데,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걸 느꼈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풀어주는 준비운동과 정리운동만 꾸준히 해도 건강이 무척 좋아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날이 갈수록, 국선도장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돈 얘기도 별로 안 꺼내고, 회원들끼리 경쟁시키지도 않고, 잘 하라고 압박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무리하지 마라”, “꾸준히 해라”는 말만 했다. 나는 빠지지 않고 도장을 나갔다.
2주일 정도 지났을까? 사범님이 내 호흡을 점검하고 있었다. 시원하고 편안한 기운이 배로 들어오는가 싶었는데, 그 기운에 힘입어 아랫배로 깊은 숨이 쉬어지고 있었다. 10분 정도 그렇게 호흡을 하고 평상 호흡으로 돌아왔다. 회사로 출근하는데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이 기운이 바로 기(氣)라는 것을 깨달았다. 절대 인정할 수 없었던 기를 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고부터 평균 4-5일에 한번 보던 배변을 매일 보게 되었다. 곧이어 소화도 잘되고 밤에는 깊은 잠을 잤다. 나는 너무나 오래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위, 소장, 대장이 무지 나빴고, 신장, 방광 등 다른 장기도 썩 좋지 않았다. 내 배는 한여름에도 꽁꽁 얼어붙은 시베리아의 동토처럼 싸늘하고 딱딱했다. 이런 배에 봄바람이 불었으니 내겐 기적이 따로 없었다.
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거의 개근하다시피 도장엘 갔다(당시 하나로드림으로 옮겼으므로 수련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수련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다. 3개월쯤 지나자 몸이 놀랄 만큼 유연해졌고, 6개월쯤 되자 허리, 어깨, 발목 등 몸의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뻣뻣하고 수북하게 굳어있던 어깨와 목의 근육이 풀리면서 살도 빠져 보기 좋게 되었다(옷걸이가 좋았더라면 더 보기 좋았을 텐데... ^^;). 솔직히 그때까지 나의 두꺼운 목과 어깨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수련이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안 쓰던 근육을 매일 쓰다 보니 무리한 부위가 아프기도 하고 온몸의 근육이 욱신거려 몸살을 몇 차례 앓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몸이 단련되어 갔다. 주말이면 늦게 일어나 먹고 자며 시체놀이를 하던 내가 산행, 영화관람, 운전면허 취득 등 의욕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산행을 다녀와도 몸이 좀 뻐근할 뿐 장딴지가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 30대 이후 10년 가까이 내게서 사라졌던 ‘희망’이라는 단어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나는 비로소 휴식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긴장해서 살아온 탓에 몸은 물론 마음도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 퇴근 후에도 회사일로 늘 머리가 복잡했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꿈자리도 사나웠다. 심한 경우 대안도 없이 반복해서 걱정하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지인들에게 끊임없이 털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수련을 하는 순간, 나아가 퇴근하는 순간부터 나는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놓여날 수 있었다.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를 그때 깨달았다.
그런데 수련 3개월쯤 되자 회사도 그만두고 도시를 떠나 수련만 하고 싶어졌다. 충북 산속에 있는 국선도대학(사범양성 기관)에 가고 싶어 2년간의 학비와 그간 가족들의 생활비를 계산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도피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수련 6개월이 지나면서 차츰 사회생활과 국선도가 균형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몸이 가벼워지니 당연히 머리도 맑아지고, 마음도 밝아졌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마음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울 때도 수련을 마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마음이 밝아졌다. 수련 시작할 때 온통 일그러진 얼굴이 수련이 끝나면 미소짓는 얼굴로 변하는 것이다. 그때 나는 ‘천국과 지옥이 마음속에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번민이 떨쳐지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럴 땐 호흡도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번민으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결국 호흡 수련은 자기를 얽어매는 일상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훈련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수련 6개월이 넘어서자 몸이 좋아지는 것에 비례해 욕심과의욕도 높아졌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먹는 것이 통제가 되지 않아 속이 도로 나빠졌고, 영어회화, 스터디모임 등 약속이 늘어나 평일이건 주말이건 엄청 바빴다. 결국 그대로 가면 건강이 도로 나빠질 상황이었다. 수련만 열심히 할 게 아니라, 절제를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좋아진 건강은 더 많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간순간을 행복하고 활기차게 보내도록 쓰여져야 하는 거였다.
국선도를 하면서 차츰차츰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세심하게 감지하게 되었다. 원래둔한 편인 내 몸은 먹거리, 담배, 공기, 냄새 등에 예민하게 반응을 했고, 몸 어디가 안 좋으면 금방 알아차리게 되었다. 당연히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을 세심하게 대하게 되었다.
몸이 거부하는 음식을 되도록이면 피하게 되었고, 귀찮기만 하던 세면, 목욕, 청소, 설거지 등 나를 돌보는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출근시간에는 되도록 여유 있게 집을 나서 전철역까지 천천히 걷는다. 내가 너무 긴장했다 싶을 때는 버스정류장이나 전철, 화장실 등에서 분초를 이용해 숨쉬기를 한다. 분노, 걱정, 갈등으로 마음이 요동칠 때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관찰하면 마음이 한결 평온해 진다.
물론 수련을 한다고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언제든 몸과 마음의 균형을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련을 꾸준히 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다. 2달 동안의 공백도 있었고, 한 달에 10번도 하지 못한 적도 많다. 하지만,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몸과 마음이 강해졌음을 느낀다. 업무에 대한 집중도도 엄청나게 높아졌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게 되자 삶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이 생겼다. 20대에 가졌던 자신감이 다시 샘솟는 것을 느낀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내 처지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국선도와 인연이 닿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 드린다.
[세계국선도연맹 여의도수련원 _ 이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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