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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체험기

수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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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7-29 18:09 조회5,4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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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6월 1일 제가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날입니다. 대도시인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가족들 품에서 생활했습니다만 전 늘 몸이 약해 부모님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손발이 얼음처럼 차고 툭하면 체하고 생리통이 심해, 때마다 고통스러웠고 변비는 늘 따라 다니는 고통스런 친구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쑥생즙을 내어 먹이려고 애쓰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속에 선명하고, 엿기름 가루는 체할 때마다 응급처치 약으로 쓰시려고 항상 준비해 놓고 계셨고, 식혜는 거의 떨어질 날이 없이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이런 어머니 덕분에 전 무사히 대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졸업시기가 다가오자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대학공부를 시켜주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인해 다시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서 대학 4학년말이 되니 없던 병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신경성 알레르기 비염이 대수롭지 않은 병명 같지만 전 너무 힘들었습니다. 머리는 멍하고, 어지럽고, 귀는 잘 안 들리고, 호흡이 힘겹고, 가슴은 답답하고, 재채기, 콧물은 자꾸 나오고, 꽃피는 봄 여름엔 더 심하고, 겨울엔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교사 공개 채용 시험 준비를 하였고 졸업1년 3개월 후 운 좋게도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발령이 나던 날 (1990.6.1)온 가족은 한마음이 되어 기뻐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었습니다. 충북 영동이라는 곳을 가본 사람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제가 영동에 와보니 누구나 꿈꾸는 아담하고 평화스런 시골 읍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시작된 영동에서의 제 삶은 또 다른 전환점이 되고 있었습니다. 첫 시작은 누구나 어설프고 힘겹듯이 열심히 하지만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학생들, 직원들과의 인간관계, 자취방에서 혼자 잠잘 때의 공포감, 모든 낯선 것들과의 적응기간 때문에 약한 제 몸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나 봅니다. 그 해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때아닌 수두(마마)를 앓았습니다. 증세가 워낙 심해 피부과 의사선생님도 놀랄 뿐이었습니다. 다행히 치료를 잘 해 주셔서 곰보자국 하나 없이 나았습니다만, 방학 내내 앓고 나니 바로 개학이었고, 독한 피부약 탓인지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고 이듬해 봄이 되자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목과 얼굴이 가려워 잠을 설치고 유행성 결막염 눈병까지 심하게 앓아 며칠씩 학교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월급은 거의 병원비와 한약비로 쓰였습니다. 
 그러던 중 9월 1일 귀한 분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충주에서 초등학교 양호교사를 하시다가 중등학교 승진발령으로 교련교사로 부임해 온 김선희 선생님이셨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훨씬 많은 아주머니셨는데 금방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한방이나 민간요법에 지식이 많은 분이라 좋은 얘기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함께 읍내를 걸어가다 우연히 보게된 단전호흡 도장 간판을 보시고는 건강에 아주 좋은 것이니 한번 가서 배워보자고 하시기에 아무 생각 없이 도장에 따라 들어갔습니다. 
그날이 1992년 4월 27일 월요일이었습니다. 도장에는 사범님 혼자 계셨는데 초면이지만 친절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이것저것 많이 여쭤보았고 바로 입회원서를 썼습니다. 다음날 화요일 아침 6시 30분에 도장에 들어가니 5시 20분 수련시간이 끝나고 정리운동 중이었습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새벽에 일찍 오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였습니다. 아침잠이 모자라 피곤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 하루종일 몸과 마음이 모처럼 가볍고 상쾌했습니다. 다음날 수요일 아침에는 새벽 5시 20분 수련시간에 갔습니다. 해뜨기 전 새벽길을 처음 걸어보니 신비스럽기조차 했습니다. 때묻지 않은 신선한 공기를 마신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심신이 건강해질 것 같았습니다.
 처음 20분은 준비운동, 그 다음 40분은 숨쉬기, 그 다음 10분 정도는 정리운동을 하는데 계속 방귀가 나와 옆 사람 눈치를 봐야했습니다. 집에 오니 7시 30분. 서둘러 준비하고 출근하는 길이 마냥 상쾌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저의 수련 첫 주는 기대이상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설치던 잠도 숙면을 취했고 한약도 꾸준히 먹어서인지 얼굴 여드름은 여전히 심했지만 뭔가 기분이 상쾌하고 몸놀림이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얼굴 피부 알레르기는 계속 심하고 생리통도 여전히 심하고 게다가 7월말쯤에는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남자친구와의 이별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기력이 약해져 귀에서 소리가 날 정도가 되니 다시 한의원에 쫓아다니게 되었고, 수련은 잠시 중단이 되었습니다. 쉽게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별의 상처는 몸 아픈 것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통을 주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숙면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일단 운동이라도 하면 잠을 잘 수 있겠다 싶어 다시 도장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993년 10월 25일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봄에 다닐 때는 회원들이 꽤 있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썰렁함이 느껴지고 아무도 없이 사범님과 단 둘이서 하니 쑥스럽기만 했습니다. 다음날도 퇴근 후 갔더니 겨우 2명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제 스스로 다시 찾아왔고 수련을 중단하고 있을 때 우연히 길거리에서 사범님을 뵐 때마다 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불편하여 이 기회에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터라 분위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종일 몇 명 되지 않는 회원을 기다리시다가 제가 갔을 때 몹시 반겨 주시는걸 보면 오히려 제가 고마웠습니다. 낮에는 학교에서 테니스 연습을 하고 저녁에는 단전호흡을 하고 나니 밤에는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수련 1주일쯤 되니 수업시간에 곤란할 정도로 방귀가 자꾸 나왔습니다. 하지만 몸이 좋아지는 신호라고 생각하니 흐뭇했고 국선도가 외로운 제 마음을 위로해 주고 지켜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차츰 호흡을 할 수 있게 되고 즐겁게 지내려는 마음이 생겨나고 생리불순도 좋아지고 무엇보다도 든든히 날 지켜준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기-건곤-원기행공을 꾸준히 수련하고 있을 때는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많이 왔기 때문에 원기 후편쯤 되면 저의 심신에 엄청난 발전이 오리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기를 마치고 사범과정까지 이수하고 나니 오히려 제자신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실망과 부족함을 더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몸건강은 예전에 비해 좋아지긴 했지만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 되지 못했고 업무나 인간 관계에서 오는 부딪힘은 여전했고 남을 칭찬하기보다는 흉보는 횟수가 아직도 몇 배나 더 많고 과식으로 인해 제 위장은 성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완전히 건강한 몸을 되찾고 진정한 수련을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음의 변화가 몸에 그대로 나오게 됨을 제 몸을 통해 차츰차츰 체득하게되니 제 마음의 변화에 따른 몸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지켜볼 정도의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몸속의 보이지 않는 깊은 곳까지 건강해지지 않으면 완전한 건강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태양처럼 밝고, 흐르는 물처럼 맑고 부드럽게, 그리고 텅 빈 하늘처럼 머릿속과 가슴을 비우는 연습을 자꾸자꾸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의 질병은 80%가 마음이 원인이 되어 생긴 질병들이라고 합니다 .
학생들 담임을 하면서 제 마음가짐에 따라 학생들의 반응이 시시각각 달라짐을 보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제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들임을 깨닫습니다. 남 때문에 괴롭고 번잡한 마음은 결국 남이 아니라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니 마음속을 객관적으로 관(觀)하려고 노력합니다. 수련의 성과는 규칙적인 수련자세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부딪히게 되는 모든 인간 관계와 순간 순간 주어지는 일들을 어떤 마음자세로 받아들이고 유지하는가에 의해서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조용한 가운데 홀로 있으면서 마음속을 관찰하였을 때 미워하는 사람이 차츰차츰 줄어들고 용서하는 마음과 제 자신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육체적인 변화를 느낄 때 보다 더 감사함이 우러나옵니다. 몸의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할 때면 먼저 제 마음 어딘가가 맺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마음부터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찌든 때가 많이 묻은 흰색옷을 비누로 아무리 빨아도 뽀얗게 되지 않을 때 푹푹 삶든가 표백제에 담그고 나면 뽀얗게 되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찌든 때까지 말끔히 없애려면  자기반성을 통한 겸손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늘 함께 할 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욕심 많고 모난 구석이 많은 저의 마음을 따라 다니느라 남들보다 고생을 많이 해 온 제 몸에게 오늘(2002.6,13)은 정말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마음보다는 제 몸과 대화를 더 많이 하려고 합니다. 마음은 욕심이 끝이 없지만 몸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금방 신호를 보내주니까 대화하기가 쉬울 것 같아요. 끊임없이 흐르는 맑은 물과 텅 빈 푸른하늘과 밝은 태양을 닮아가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청주 사창 전수장에서   이 숙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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